나는 왜 학창 시절 의사가 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최근 즐겨보는 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부부의 세계'에는 공통적으로 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두 드라마 속 주인공은 의사인 관계로
사회적으로 매우 인정을 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즉, 그들은 일반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인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나
먹고살기 위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다.
(물론 실제 의사들이 드라마속 주인공들처럼
모두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경제적 고민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명 일부 의사들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의사들은 좋겠다. 본인 건강만
허락된다면 나이 들어서까지 일을 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벌면서 사회적으로 인정까지 받으니 말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나는 왜 학창시절 의사가
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까?'와 함께 20~30년 전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그 당시 나는 문∙이과 선택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 지 미처 인지하지 못했고,
그냥 부모님의 뜻대로
판∙검사를 꿈꾸면서 문과를 선택하고 말았다.
물론 그때는 TV 드라마에서 온갖 역경을 딛고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로 임용된 주인공이
의사보다는 대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순진하게 나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멋지게 고시에 합격할 줄 알았다. 그 이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지극히 평범한 문과생의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아직도
내 꿈과 적성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만약 내가 의사가 될 생각을 했었더라면
인생이 꽤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설사 의사가 되지 못했더라도 말이다.

의사가 되려면 90년대 대입제도 하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이과를 선택했어야 했다.
당시에도 지금보다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았었다. 내가 졸업한 서울 소재 모고등학교는
전체 15개학급 중 11개 학급이 이과였으니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이 가리라 믿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과를 선택한 이유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이과성향을
타고 나서도 아니었다. 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과가 대학교 가기도 쉽고 취업도
잘 되기 때문이었다.
반면 문과를 택한 이들은 대부분 부모님들이
자식들이 판∙검사가 되기를 희망한 경우가 많고,
중학교 시절 공부도 제법 하는 녀석들이었다.
즉 이도 저도 아닌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과를 선택하고 판∙검사를 조금이라도 꿈꾼
친구들은 문과를 선택한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어떨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이후 평범한 문과생들은 이과생들에 비해
다음과 같은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된다.
첫째, 이과생들보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소위 성적을 깔아주는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내신성적을 받기 어렵다.
둘째, 대학 정원도 이과생들보다 훨씬 적어서
입학도 어려울뿐더러 괜찮은 학과는 법학과, 경영학과,
경제학과 등 소수에 불과하여 경쟁이 치열하다.
셋째, 어렵게 입학을 했지만 졸업 후 대기업에서
채용하는 인력은 대부분 이공계열 출신들이다.
넷째, 졸업 후 우여곡절 끝에 기업에 입사를 하더라도
특별한 기술이 없으니 창업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퇴직 이후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치킨집 창업뿐이다.
다시 이 글의 주제로 돌아가고자 한다.
왜 나는 학창 시절 의사가 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당시 의대를 목표로 공부를 했더라면
최소한 꽤 괜찮은 공과대학교라도 갔을 텐데 말이다.
의사가 되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이유는
첫째, 집안에 의사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의사를 권하는 사람이 없었다.
둘째, 의사가 일반 직장인들보다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얼마나 많이 버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셋째, 의사는 못하더라도 판∙검사는 될 줄
알았다.
넷째, 내 적성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수학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문과 선택이 적합하다고
착각을 했다.
나이가 들수록 문과생 출신으로 버티기가 힘들다.
주변 지인으로부터 지방대 의대 출신인 동갑내기는
개인병원 부원장을 하면서 월급을 2,500만원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정말
맥이 빠진다. 의사들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며
적은 월급으로 힘든 시련을 겪는 것도 알고 있고
치료나 수술이 잘 못될 경우 소송에 휘말리는 리스크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의사들은 엄청난 돈을 번다.
이 사실을 나는 40대 중반에야 깨달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자식에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현명한 판단을 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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